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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박사 칼럼

제목 우리시대의 ‘성담론’…“그룹섹스 호기심 점차 늘어
등록일 2008-06-02 작성자 webmaster 조회수 5784
우리시대의 ‘성담론’…“그룹섹스 호기심 점차 늘어나는중” 성이란 주는 걸까, 받는 걸까. 귀한 걸까, 추한 걸까? 어느 유행가 가사처럼 ‘받을 땐 꿈속 같고, 줄 때는 안타까운’ 것일까? 성을 보석에 비유한다면 그 어느 것보다 단면이 가장 많을 것이다. 아직 가공되지 않은, 불순물도 적잖이 섞인 그런 것이 아닐까. 빛깔은 일곱 색깔 무지개요, 박자는 4분의 2박자에서 8분의 6박자, 아니 12분의 9박자 등 종잡기 힘들다. 네 박자 뽕짝처럼 부담 없기도 하면서 예컨대 12분의 7박자처럼 까칠한 엇박자도 있다. 스포츠칸이 창간 3주년을 맞아 기획한 ‘우리시대의 성담론-심야의 정담(鼎談)’은 남녀 전문가 3인의 방담을 통해 나타난 우리 사회의 성의 파노라마와 프리즘, 전편보다 더욱 심화된 내용과 흥미 있는 줄거리를 지난주에 이어 소개한다.

섹스는 이제 즐거움, 향유의 문제인가? 누구나 할 것 없이 아름답고, 건강하고, 멋있는 성을 꿈꾼다. 현재 우리시대의 성은 사회의 눈높이와 본능 사이에서 꿈틀거리고 있다. ▲이윤수 박사(이)=요즘은 인터넷시대라고 하지만 신문의 역할은 더욱 중요한 것 같습니다. 포털에 오르는 좋은 정보는 대부분 신문기사죠. 경향신문 ‘스포츠칸’도 많은 특종을 날리고, 특화된 지면으로 독자에게 어필하고 있고, 특히 인간의 원초적 본능인 성(性) 문제를 보다 깊이 있게 다루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현실의 성에는 성매매, 포르노, 성범죄, 간통제 논란, 스와핑, 관음증, 변태, 사디즘 등 여러가지 스펙트럼이 엄연히 존재합니다.
▲배정원 소장(배)=요즘 어른들도 그렇지만 아이의 성, 청소년의 성문제도 상당히 위험한 상태라고 봅니다. 성교육을 잘 받아야 하는데 실정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상당하지 않습니까? 요즘은 ‘야동’으로 섹스를 배운다는 말이 있을 정돕니다. 어릴 때 못 배우면 커서도 잘 모르게 됩니다. 어제 주부 교육에서 남녀의 성에 대해 좀 얘기하니 한번도 들어보지 못한 주부들이 적지 않았어요.
▲이혁발 화백(발)=아이들의 본능적인 호기심을 성교육으로 충실하게 채워줘야 혹시 포르노 야동을 봐도 정체성이 흔들리지 않을 겁니다. 성교육 내용도 내용이지만 그 지향점이 중요합니다. 너무 순결만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성은 즐겁고 아름답고, 개인에 따라 다양한 것이라는 사실을 잘 가르쳐야죠. 그래야 어른이 돼서도 즐기는 성, 쾌락의 성 패턴을 바람직하게 가져갈 수 있다고 봅니다.
▲이=체계적인 가치관을 세우기 이전에 야동의 습격을 받는다면 큰 문제죠. 흉내내고 싶어하는 아이들의 특성상 초등생 집단 성추행, 성폭행 등 적잖은 문제점이 벌어지는 것은 당연한 귀결일 것입니다. 어린 시절의 정신적 충격이 어른이 되어서도 의식에 남아 왜곡된 성의식을 만들어 버립니다.
▲배=얼마 전 방송 성상담 교육프로에서 “어른은 배달온 사람이 잘 생기면 섹스하나요”라는 중학교 남학생의 질문을 받은 적이 있는데, 이게 다 포르노 영향 때문입니다.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도 야동을 흉내내요. 야동을 많이 보는 한 50대 남자는 관음증이 있으며, 그룹섹스 충동을 느낀다고 호소하더군요. 야동을 많이 봐서 생긴 중독증상이라고나 할까요.
▲발=야동을 본다고 다 그렇게 될까요?
▲배=야동을 많이 보다 보면 스스로 자신을 고립시키게 됩니다. 자동차, 핸드폰, 컴퓨터가 인간을 고립시키는 3대 요소라는 말도 있잖아요. 야동을 보면 자신도 모르게 따라할 수 있습니다. 계속 보게 되고, 바로 중독이죠. 지하철에서 몰카 찍어 저장하는 취미를 가진 유부남을 상담했는데, 자신은 그것을 프라이버시라고 주장하고 있어요.
(**시간이 흐르고 얘기가 무르익으면서 좌담은 점점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이혁발 화백은 줄기차게 갇힌 성을 활짝 열어야 한다고 주장해 다소 보수적인 스타일의 이원장, 배소장과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이=요즘 그룹섹스도 심상찮게 이뤄지고 있는데요.
▲배=한 유부남은 처음에 그룹섹스를 아내에게 제안했다 반대를 해서 혼자만 했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지금은 아내도 같이 한대요. 직장 동료들과 함께한 적도 있다는 말을 듣고 좀 충격을 받았어요. ▲이=그룹섹스 제안이 들어오면 어떡하나 내심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경험은 없지만 한번 경험해보고 싶다는 사람은 상당해요. 부부끼리 스와핑을 주최하는 경우도 많다고 하는데….
▲배=이게 다 포르노 영향입니다. 성적 환상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는 거죠. 일탈적인 섹스를 꿈꾸다 보면 포르노가 그런 생각을 정당화시켜 버리는 상태가 될 수 있어요.
▲이=자기의 가치관이 정립 안 된 상태에서 포르노를 모방하는 것이 더 큰 문제일 겁니다.
▲발=포르노를 만들고 허용해야 한다는 것이 저의 주장입니다. 야동 피해도 청소년의 문제만 잘 조율된다면 현실에서 해결할 수 없는 성적 문제를 해소하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마조히즘, 사디즘도 용인돼야 할 겁니다.
▲이=개인의 취향을 뭐라는 것은 아니고… 사회적인 통념을 벗어나는 것이 문제죠. 야동을 보다 보면 더 자극적인 것으로 넘어갑니다. 자꾸 색다른 것으로 발전하는 겁니다. 너무 몰입하면 주인공이 되고 싶어하는 경향이 생깁니다.
▲배=교육이나 가치관 측면은 약하고, 포르노만 너무 앞서가기 때문에 문제가 있는 거라고 보는데요.
▲이=병원에 발기부전이나 조루 환자가 찾아오면 성기능 검사를 합니다. 이곳을 속칭 ‘야동검사실’이라고 하는데, 점점 강한 것, 자극적인 화면을 원하고 있어요. 그만큼 포르노가 널리 퍼지다 보니 밋밋한 화면(과거에는 충격적인 것이었지만)으로는 검사가 제대로 안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발=저도 그점에 대해서는 고민을 많이 합니다. 그러나 성인에게 포르노 자체가 큰 문제는 없는 것 같아요.
▲배=개인적인 자질 아닐까요?
▲발=성에 대한 취향과 향유가 다양해져야 한다는 말입니다.
▲배=변태의 정의가 뭔가요. 과거에는 비정상적인 사람을 뜻했지만 지금은 정상의 끝에 서 있는 것을 말하는 추세입니다. 상대방이 동의하지 않은 것을 하려고 하는 것은 문제라고 봅니다.
▲이=사회적인 통념을 벗어날 때, 그것이 일정기간 지속될 때 변태라고 볼 수 있죠.
▲발=요즘 성이 상당히 억압당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상대의 동의가 있는 어른의 성놀이는 사회적으로 허용하고, 반대로 동의가 없는 몰카나 성폭행, 강제 추행 등은 엄벌해야 하는데 이게 거꾸로 되고 있습니다. 성적 본능을 중시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몸이 주는 풍요한 감각을 즐겨 감성이 풍부해지고, 행복한 사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이=더 풀어야 한다는 얘긴가요?
▲배=균등하게 풀리면 문제가 없는 것 아닌가요.
▲발=특히 예술과 에로티시즘 영역에서는 더 풀어야 합니다. 영화가 잘리고, 작가가 구속되는 상황은 미개한 수준임을 만천하에 공표하는 거예요.
▲배=경계 상황에서 중심을 잡을 수 있도록 교육이 필요하다는 얘깁니다. 방송도 공영은 식욕으로, 케이블은 성욕으로 가고 있어요.
▲이=식욕과 성욕은 일맥상통하는 얘깁니다. 문제가 있는 프로가 많죠. 시청자에게 관음증을 조장하는 프로도 봤습니다.
▲발=요즘 가족이 같이 볼 프로가 별로 없습니다. 야동보다 문제가 많은 저질 프로도 수두룩하죠.
▲배=시청률 때문이죠. 아이문화, 어른문화의 구분이 모호해지고 있어 문제입니다.
(**성개방 문제와 포르노의 해악과 순기능을 둘러싸고 옥신각신하던 패널들은 이럴 때일수록 아이들의 성교육, 정서교육에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데는 이론을 달지 않았다.**)
▲이=좀 다른 얘기를 해보죠. 요즘 중년 남성들이 시를 많이 읽는다는 소식입니다. 현실이 힘들고 쓸쓸해서 그런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발=남자는 사랑=섹스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배=남자도 자기가 사랑하지 않는 여자와는 키스도 안한다는 사람이 꽤 많아요. 27살 무경험 남자의 상담을 최근 받았어요. 성은 개인차가 많아서 혼전순결을 지키겠다, 사랑하면 섹스할 수 있다, 사랑과 섹스는 별개의 문제다 등등 다양한 모습입니다.
▲이=남자들이 여러가지로 외로워지고 있는데, 성매매 방지법 때문에 성범죄가 증가하는 측면이 있다고 봅니다. 요즘 웬만한 남자들, 여자 제대로 만나기가 쉽지 않아요. 풀 곳이 없다는 얘기죠.
▲발=제 친구는 술한잔 하고 나서 록카페 같은 데서 ‘꼬시는’ 것을 좋아해요. 그러나 다른 친구는 꼬시는 것을 귀찮다며 여자를 사는 것이 편하다도 합니다. 그 친구의 심정을 이해합니다. 매매춘의 역할과 기능이 많은데 금지시키다보니 더 불법, 음성적인 성매매가 창궐하는 거 아닙니까.
▲배=그건 너무 위험한 생각이에요.
▲발=성추행이나 성폭행 예방에 성매매나 포르노가 도움이 된다는 얘기에 동감합니다.
▲배=자제력이 문제겠죠. 성폭행이나 성추행의 뒤에는 음란물이 있습니다.
▲발=통계가 있습니까?
▲배=외국의 사례에서도 음란물과 성폭행에 큰 연관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요즘 간통 때문에 이혼하는 경우가 많은데, 간통제는 낡은 법 아닌가요? 상대방을 응징하는 이외에 본래의 취지에 맞게 발휘되는 측면이 없다고 보는데요. 최근 모 연예인 사례로 인해 헌법재판소에서 공개변론도 이뤄졌지요.
▲배=이혼은 파탄주의로 가야 합니다. 현재처럼 귀책주의가 강하면 상대방이 죄인이 안 되면 헤어질 수 없는 상황이 되잖아요. 간통제는 남자는 여자를 응징하기 위한, 여자는 남자로부터 경제력을 뺏는 수단일 뿐이라는 생각입니다. 부부가 바람직한 부모의 모델을 보여줄 수 없다면 그 자체가 결손가정이 아닐까요?
▲이=그러니까 서로에게 항상 새롭게 보이게끔 노력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서로에게 집중하고 방심하지 말아야 합니다. 여자가 집에서 너무 펑퍼짐하게 있으면 안 됩니다. 남편이 세련된 여자와 만나다 집에 들어오면 김이 빠질 수밖에 없는 상태 말입니다. 부부간에도 평소 자기관리를 해야 한다는 얘기죠. 관심을 끌기 위해 애쓰고, 상대방의 취미에 맞게 자신을 가꿔 나가야 합니다.
▲배=옆에 있는 배 나온 남자가 옛날 사랑했던 남자라고 생각해 보는 건 어떨까요.
▲이=그래서 아이러브 스쿨이 통하는 건가요?
이날 섹스는 더 이상 생식 차원만의 문제가 아니라 즐거움, 향유의 문제라는데 인식이 모아졌다. 그러나 남자들은 여자들의 성생리, 성심리를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어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다. 또 성교육도 섹스를 너무 부정적으로 몰아붙이는 억압의 성교육이 지배적이어서 아름답고, 건강하고, 멋있는 성보다는 나쁘고, 불결한 것이라는 선입견이 생긴다고 패널들은 지적했다. 그러나 너무 본능에 충실한 것도 문제라고 한다. 가정을 잘 꾸미고, 바람직한 부모의 모습, 건전한 부부의 성을 보여주는 것이 가장 중요한 성교육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올바른 성이란 특별히 존재한다기보다는 “자기에게 맞는, 자신의 눈높이에 맞은, 사회의 통념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수준에서 향유하는 것”이라는 주장과 “본능을 받아들이고, 몸에서 주는 신호들을 무시하지 말고 받아들이는 것”이라는 팽팽한 주장의 간극은 쉽사리 좁혀지지 않았다.
<박효순기자 anytoc@kyunghyang.com 사진 권호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