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수(한국성과학연구소 소장) 흔히 하는 말 중에 이런 것이 있다. “컨디션이 나쁜데 이거 벌써 갱년기가 온 것은 아냐?”,“너 요즘 왜 그러니, 갱년기가 왔나보다.” 이런 대화가 오가는 것은 그만큼 일상생활에서도 ‘갱년기’란 단어가 친숙해졌다는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대부분 ‘갱년기란 월경이 끊어진 정도’로만 생각을 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갱년기는 그 기간도 수개월 내지 수년에 걸쳐 있으며 여성의 신체가 급격한 호르몬의 변화에 적응하려고 애를 쓰는 과정이기도 하다.
여성들은 월경이 불규칙해지면서 노화 현상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신체의 변화로는 피부의 주름살이 늘고 머리카락도 빠지게 된다. 정신적으로는 더 이상 여성으로서의 구실을 못한다는 생각에 우울증에 시달리며 성 생활을 포기하려는 경우가 많다.
미국에서 보고된 바에 의하면 갱년기에 나타나는 신체의 증상에 대해서는 환자의 67%가 의사와 상담을 한다고 한다. 그러나 갱년기의 성 생활에 대해서는 단지 38%만이 의사와 상담을 요청했다고 한다. 물론 우리나라의 실정 또한 미국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대부분의 나이 든 여성이 폐경기 이후에는 성 생활을 하지 않는 데는 사회적 책임도 크다. 사회적 통념은 이 시기에는 성적 감정이나 충동이 없다고 단정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생각으로 성에 대한 여성의 반응은 환갑을 지나더라도 변함없이 유지된다는 게 정설이다.
남성은 나이를 먹으면 발기가 잘 되지 않고 사정 시 분비물도 감소한다. 여성 또한 나이를 먹으면서 질 벽의 위축으로 인한 분비물의 감소를 가져온다. 질 벽의 탄력성이 떨어지고 질의 길이와 폭이 줄어들게 된다. 그러나 흥분이나 쾌감에 절대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다. 단지 대다수의 사람들이 특별한 고통이나 불쾌할 것이라는 생각이 우선하기에 성 생활을 피한다.
의학의 발달은 평균 수명의 증가를 가져왔으며 풍족한 생활은 삶의 질의 향상을 요구하게 되었다. 일례로 여서호르몬제의 발달은 그동안 방치되었던 갱년기 치료를 가능하게 하였다. 자녀의 성장으로 자유 시간이 늘어나고 그동안 즐기지 못했던 인생을 새로이 설계할 수 있는 시기가 된 것이다.
여성의 갱년기 극복에 있어서 남편의 역할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아내가 갱년기와 나이를 먹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신경이 날카로워져 있다면 아내의 매력과 장점을 칭찬하여 주도록 하자. 남편이 나이를 먹다 보면 성적 감정이 무뎌지거나 잘 되지 않는 경우가 있을 것이며 아내의 욕구를 들어주지 못할 때도 있을 것이다. 남편의 성적 무관심은 아내로 하여금 자신이 더 이상 매력적인 존재가 아니며 더 이상 사랑받지 못한다는 생각을 갖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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